공정거래위원회의 이번 조사는 2020년 9월 시민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테슬라가 자율주행 기능을 과장 광고하고 있다’는 신고서를 공정위에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공정위는 조사 과정에서 자율주행기능보다는 배터리 성능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테슬라는 통상적인 광고 관행을 따랐다는 점에서 테슬라를 겨냥한 차별적 제재라는 입장이다. 공정위 제재가 확정될 경우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의 조사 결과 전기차는 혹한의 날씨가 계속되면 화학반응이 느려지고 내부 저항이 증가해 배터리 효율이 급감한다. 기온이 영하 7도 이하로 내려가면 모델3 퍼포먼스는 주행거리가 414.8㎞에서 250.8㎞로 60% 수준으로 짧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장거리 운행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테슬라 모델3 롱레인지는 주행거리가 38.8% 감소해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273㎞로 줄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추운 날씨엔 배터리를 데워주는 ‘배터리 히팅’이 필수”라며 “이 과정에서 전력 소모가 커서 주행거리가 줄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테슬라의 이 같은 행위에 대해 소비자를 기만한 표시광고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또 테슬라가 저온에서 배터리 성능 감소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이를 알리지 않은 점도 죄질이 무겁다고 봤다. 테슬라 등 전기차 제조사들은 저공해차 구매보조금을 지원받기 위해 환경부에 상온과 저온에서의 배터리 효율 차이를 신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행위에 대한 과징금 상한선은 관련 매출의 2%다. 지난해 테슬라코리아 매출 추정치(1조1000억원)를 감안할 때 테슬라에 100억원이 넘는 무거운 과징금이 부과될 전망이다. 한 관계자는 “표시광고법 위반 과징금은 통상 매출의 0.5%를 넘지 않지만 이번에는 제재 수위가 높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왜 테슬라만 문제 삼나”
공정위는 1년5개월 전 시민단체의 신고로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능 과장광고 여부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당시 시민단체는 “테슬라가 부분 자동화된 주행보조 기능을 ‘완전자율주행(FSD)’이라고 광고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공정위는 조사 과정에서 테슬라가 FSD에 대해 주행보조 기능이라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행법으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불똥이 저온주행 시 배터리 성능 저하 여부로 튀면서 제재 수위가 높아졌다.
테슬라 측은 국내외 모든 전기차 제조사에서 상온과 저온에서 배터리 성능에 차이가 나고, 모든 회사가 상온 주행거리를 기준으로 광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테슬라에만 제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한국GM의 볼트(EV LT)도 저온에서 주행거리가 34.1% 감소했다. BMW의 i3 차종도 저온에서 주행거리가 160㎞로 줄어 35.5% 감소율을 보였다. 테슬라는 법무법인 김앤장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하고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전원회의를 거쳐 제재 수위를 확정하면 행정소송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공정위는 표시광고법 위반 외에 테슬라가 온라인에서 차량을 주문할 때 소비자들이 낸 수수료(10만원)를 주문을 취소해도 되돌려주지 않은 행위에 대해 과태료 처분을 내릴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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